기운없이 축 쳐져있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여행 한번 다녀오라며 적극 권유하길래 '여행가볼까?' 그러다가 다음주부터 잡아 놓은 계획이 최소 5개월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작정하고 여행을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많이 생각하지도 않고 언젠가는 한 번쯤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동양의 나폴리, 통영으로 정했습니다. 동양의 나폴리라는 말 외에는 어떠한 말도 정보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움직여서 출발했습니다. 경비를 계산하고 관광명소를 알아보고 숙소를 어디로 잡을지 고민하고 그러다가 여행을 포기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움직였습니다.


전에도 몇 번, 제가 살고 있는 춘천에서 가까운 강릉으로 혼자 움직여본 일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과 비교하면 그 땐 괜히 들뜨고 과하게 감성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치유냐, 휴식이냐, 관광이냐, 공부냐 이런식으로 주제를 정하기에 따라,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여행에서의 마음가짐과 여행의 느낌이 달라지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아무생각도 안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동경로

춘천(시외버스터미널) -> 서울(강남센트럴시티) -> 논산시 -> 연무(친구네) -> 대전(복합터미널) -> 통영 

-> 서울(고속터미널) -> 서울(동서울터미널) ->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소요시간

2박 4일 (2014년 02월 10일 ~ 2014년 02월 13일)


준비물

아이패드미니, 블루투스 이어폰, 책 한권, 옷 2벌, 속옷과 양말 다수, 여비와 휴대폰, 여행용 티슈. 끝.


지출경비

25만원. 숙박과 교통비가 제일 많이 들었다.


첫 날에는 통영으로 내려가다가 중간에 논산에서 직업군인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와 하루를 보냈습니다.

논산에서는 친구와 논다고 정신이 없어 찍은 사진이 없네요. 


유일하게 논산에서 찍은 사진. 친구가 근무하는 곳 입니다. 논산 훈련소.


논산에서 친구와 신나게 놀고 다음 날 그 후폭풍으로 인해 늦잠을 자버려 논산에서 늦게 출발.

결국 통영에는 밤 10시가 다 되어서 도착을 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코 끝을 스치는 바닷바람의

향기와 깊어가는 밤중 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한 날씨가 잘 왔다며 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사는 강원도는 태백산맥 너머 눈폭탄이 쏟아졌다는데.. 여기는 곧 개나리가 꽃 피울 것 같은 봄 날씨였습니다.


숙소에서 찍은 사진.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였습니다.


숙소를 미리 정해놓지 않았던 탓에 부랴부랴 근처 PC방에서 숙소를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입실이 어려울 것 같아 그냥 근처에 방을 잡고 대충 쉬었습니다.

이 곳 통영의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여행객들이 모여 저녁마다 파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일정을 맞춰 함께 동행하여 여행하기도 한답니다. 가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요트여행도 시켜주고 자가용으로 여행객들을 태워 최상의 관광 코스로 안내를 해주기도 한답니다. 나쁜 사람만 조심할 수 있다면 홀로 여행가는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 같네요. 저도 다음에 다시 혼자 여행하게 되면 미리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고 가야겠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사정으로 깜깜한 밤거리를 누비며 대충 큰 길가에 잡은 숙소인데 올라가서 보니 바로 앞에 바다가 있습니다. 내륙에서만 살아온 저로썬 신기할 뿐입니다. 창문 커튼을 걷기만 했는다 코 앞에 바다가 보입니다.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바다 향기도 풍겨옵니다. 깜깜한 밤바다를 가르는 어선들도 보입니다.(휴대폰 카메라인 탓에 아름다웠던 그 날의 밤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습니다.) 아쉬웠던 건, 저 멀리 전망을 해치며 우뚝 솟아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크레인과 바로 앞의 시끄러운 공사장. 

그렇게 늦게 만난 통영과 내일을 기약하며 여행 둘 째 날을 마무리 했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서 찍은 어선 사진. 안보이죠? ㅠㅠ 비싼 카메라를 따로 쓰는 건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항구 주변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셋째날, 잠에서 일어나 어느 곳을 둘러볼까 고민하다가 다 둘러보려고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대표 관광지 몇 곳만 편하게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습니다. 

관광을 하기에 앞서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면 그 지역을 매일같이 구석구석 이동하는 택시기사님들만한 정보원이 없겠죠. 통영의 대표적인 관광지와 먹거리를 물어 보니 충무김밥과 꿀빵, 굴 이라고 합니다. 굴은 제가 못 먹는 관계로 염두에도 안뒀고 충무김밥은 사실 숙소를 잡자마자 출출해서 근처에서 먹어봤습니다. 제가 먹었던 곳이 생활의 달인에 방송출연 했던 곳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 입맛이 까다로운 탓일까요. 그건 그냥.. 김밥이었습니다. 사실 관광 대표 먹거리는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기분으로 먹는 것이죠. 황홀하게 맛있다거나 못먹겠다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솔직하게 적당한 가격에 끼니로 괜찮은 먹거리였다고 평하고 싶네요. 


충무김밥. 먹는 법은 모르겠지만 참기름이 따로 나오길래 기름찍어서 오징어와 김치와 걍 먹었습니다. -_-;;


택시기사님의 강력추천으로 이순신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 택시안에서 기사님이 통영의 역사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약 20년 전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쳐져 통영시가 되었고 그래서 통영의 대표적 먹거리인 김밥의 이름이 충무김밥이라는 것, 충무 이순신 장군님과 통영시의 관계 등등..



이순신 공원에 도착해서 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이순신장군 동상.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서 남해바다를 호령하고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하며 죽음 위에 군림하던 그 위엄있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당장 왜놈들 뿐 아니라 그 누가 쳐들어와도 섬멸할 것만 같습니다.


아래로 이순신 공원 전경

지역 주민인 듯 합니다. 바닷가에서 무언가를 줍고 계셨습니다.


이순신 공원은 크지는 않았지만 공원 전체가 콜로세움 같은 구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원 어디에서든지 탁 트인 바다를 마주볼 수가 있어 전망이 좋았습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 바람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녀가 데이트하기 정말 좋을 것 같았습니다. ㅠㅠ; 적다보니 다른 곳 보다 이 공원에 유독 젊은 남녀 커플이 많았던 이유를 좀 알 것 같네요.


이순신 공원을 한바퀴 쭉~ 둘러보고 다시 택시에 올랐습니다. 원래는 동피랑 벽화마을 이라는 곳 부터 가려고 했지만 기사님이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려면 마감하기 전에 서둘러 가야 한다기에 미륵산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네다섯 번 택시를 이용했는데, 제가 만난 통영시 택시기사님들은 하나같이 친절왕이었습니다. 이 기사님이 미륵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전국에 미륵산이 몇군데에 더 있다. 통영 미륵산이 왜 미륵산이냐, 미래에 부처님이 미륵산에 온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그래서 그 산에 절 '미래사'가 있는 거라며...

직접 미륵산에서 찍은 사진인데 기념품으로 가져가라고 선물까지 주셨습니다.



기사님의 선물로 받은 사진이 이 두 장입니다. 장관이죠? 아침과 저녁에 찍은 사진이랍니다. 습하고 안개끼는 날 시간을 잘 잡아서 오르면 이렇게 멋진 광경을 볼 수가 있답니다. 이 사진을 보고 더욱 설레는 맘으로 케이블카에 줄을 섰습니다.


미륵산 케이블카가 전국에서 제일 많이 타는 케이블 카라고 하네요. 성수기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수십분 기다려야 탈 수 있답니다. 그만큼 경치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혼자인 제가 혹시나 커플과 같이 탑승하게 될까 두려워 케이블카 아저씨에게 '혼자 왔으니 어색하다. 혼자 타겠다'고 했지만, 안된다고 하더니 갑자기 뒷줄에서 혼자온 여자분을 찾아왔습니다. 그리하여 케이블카에 동승하게 된 여자분. 낯선 이성과 단둘이 케이블카에 탑승했다고 생각해보세요. ㅠ_ㅠ 난감했습니다. 잠자코 올라가기도 어색하고 말 붙여 불쾌할까봐 고민하다가 결국 어디서 왔느냐 혼자왔느냐 대단하다 뭐 이런 대화를 나누었고 사진찍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으니까 같이 오르자고 하여 같이 올랐습니다. 혼자 여행은 몇 번 해봤지만 이렇게 일행이 급조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통영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위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돈 버리는 곳. 

주머니가 무거울 때 이용하는 곳일까요? 저도 이곳에 100원 던지고 왔습니다만, 저 통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돈 버리고 있는 아저씨(ㅎㅎ)


케이블카로 올라와 미륵산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약 15분~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올라가면서 사진 찍어 달라는 관광객들, 연인 단위,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기억 되었습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눈 앞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섬들은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눈을 뜨고 어디를 봐도 절로 탄성이 나온다고 할까요? 절경이란 것은 이럴 때를 표현하라고 만들어진 단어이구나 싶었습니다. 택시기사님이 준 사진처럼 안개 낀 아침과 노을진 저녁의 모습은 형용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래로 쭉 미륵산을 오르며 찍은 사진입니다.



통영 미륵산은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살면서 꼭 봐야할 경치가 있는 곳인 것 같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경치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더 늦기 전에 애초에 예정했던 동피랑 벽화마을에 들러봐야 할 것 같아 내려왔습니다. 마침 케이블카 동행했던 분과 같은 일정이라 그곳까지 함께 움직였습니다. 


이 곳에 동피랑 벽화마을 입구. 평범한 마을입구 처럼 생겼습니다.


저 처럼 무계획적으로 막무가내식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없겠지만, 동행한 분은 준비를 좀 해오셨나 봅니다. 동피랑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해주네요. 통영시에서 이 곳을 재개발 하려고 할 때, 지역주민들이 나서서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 칠하기 공모전을 열었답니다. 그래서 전국 각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와서 벽과 길 등을 예쁘게 칠했고, 그로인해 통영시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어 재개발을 백지화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이 마을이 비록 달동네이긴 하지만 이 곳에 들어온 주민들은 거의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없다는 이야기도 해줍니다.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도 그럴만 했던 것 같습니다. 집 문 밖에 나와 고개를 들면 지천에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는데.. 누가 그런 아름다운 마을을 나오고 싶어할까요? 어쨌든 이 곳은 경치도 좋고 벽화도 예쁘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 모아 거대한 이권란 괴물에게서 지켜낸 마을이라는데에서 더욱 뜻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관광객들이 함부러 집안을 들여다보거나 시끄럽게 소리치는 등의 저질 행동이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네요. 



위 사진 두 장. 이 곳은 어디일까요? 낯익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부터 TV를 거의 안보고 살아왔습니다. 당연히 드라마도 안봤는데요. 야인시대를 마지막으로 봤었죠. 그러다가 여차저차한 사정에 의해 유일하게 본 드라마가 '착한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곳이 '착한 남자'촬영지 라네요. 동피랑 벽화마을 맨 위쯤에 있습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제 기억에는 마지막화 쯤에 송중기가 기억을 잃고 시골 의사로 살아가고, 문채원이 근처에서 카페를 열고 살았던 것 같은데요. 그 카페가 이 곳 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왔는데 이런 횡재를...ㅋㅋ


동피랑 벽화 마을도 다 보고 내려왔습니다. 어느새 해도 뉘엇뉘엇 기울어지더니 지친 낯빛으로 노란 노을을 사방에 뿌려대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여행을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고요. 함께 동행했던 여자분에게 반가웠다는 의미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일치해 횟집으로 결정했습니다. 때마침 바로 옆에서 횟집아저씨가 붙잡네요. 인상 좋은 아저씨가 맛있는 회가 가격도 싸고 양도 많다며 여기서 먹고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들어갔습니다.


괜히 나 때문에 죽은 불쌍한 물고기. 내가 아니었더라도 잡힌 이상 살 확률은 희박했겠지만, 

굉장히 뭔가 미안했습니다. 그래 놓고 잘 먹었지만..


이 곳이 횟집입니다. 바로 앞으로는 항구가 있습니다. 찬란한 노을이 횟집에 부딪힙니다.


짠. 이것이 정체 모를 물고기의 회.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양도 많았죠. 두 사람이 먹다가 배불러 매운탕도 못시켰습니다. 참돔회라고 하던가.. 거기에 우럭 한 마리까지 같이해서 단돈 3만원이었습니다. 


횟집 주변의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거의 생선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정이 끝났고 그렇게 케이블카로 인해 기분 좋은 인연을 맺었던 여자분과는 길이 달라져 헤어졌습니다. 바로 터미널로 갈까 하던 차. 


지난 밤 숙소 TV에서 때마침 'tvn [공유TV 좋아요]'라는게 나와서 봤는데, 통영에 위치한 쌍욕라떼가 나오는 겁니다. 저도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커피에 욕써주는 특이한 카페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카페가 통영이었던 겁니다. 원래는 통영까지 와서 무슨 카페를 가냐며 계획에 없었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네이버 지도에 '울라봉 카페'를 검색해보니 제가 있는 곳에서 도보로 5분거리 안에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 여행을 끝내는 것도 아쉽고 해서 골목골목 다니며 카페를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어서 찾는데에 꽤 애를 먹었습니다. 막상 쌍욕라떼를 먹으러 가려고 결심하고 나니 나에겐 무슨 욕을 써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쌍욕라떼에 빛나는 울라봉 카페 발견!!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입구는 트럭으로 막혀있었고, 안에는 조명이 어두웠습니다.

설마 하며 입구로 다가가보니....



하필이면 마침 정기휴일이랍니다. 딱히 욕을 먹고 싶은건 아니었지만 이 곳은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다가 통영까지 언제 다시 또 올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무척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욕먹기에 당치 않은 사람인가보다 하며 스스로 달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돌아오기 위해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한숨도 못자고 통영 터미널에서 밤 11시 심야 버스를 탔습니다. 네시간 정도 서울로 이동, 약 새벽 3시쯤 서울에 도착하여 동서울 터미널에서 춘천가는 첫 차인 6시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 7시. ㅠㅠ  밤 늦게 출발하는 버스 밖에 없었던 터라 밤을 지새워 아침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버스가 불편해 한숨도 못자고 이동했지만, 가슴속에 무엇인지 모를 따듯한 것이 생겨난 느낌이었습니다. 


이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전혀 준비한 것도 없었고 아무런 계획도 주제도 없이 무작정 여행했습니다. 무엇을 얻고자 시작한 여행도 아니었습니다. 재취업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답답한 시기이니까 바람이나 쐬자며 떠난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행 정말 좋았습니다.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통영에서는 비록 1박 2일 머물렀고, 제대로 둘러본 것은 단 하루 뿐이었지만 통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신나고 들뜬 소풍이나, 즐겁고 설레는 바캉스 같은 여행은 아니었지만, 가슴속에 잔잔하게 물결이는 감동으로 남았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느낀바, 전 가정의 구조적 상황들로 인해 식구들이 나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집을 떠날 수 없다고, 내가 손해보더라도 내가 사랑하기에 감수해야 하고 또 그러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막상 집을 떠나와 불과 며칠동안일 뿐이지만 식구들이 걱정되고 그리운 것은 오롯한 제 마음이었습니다. 

스무살 때 대학에 다닌다고 삼사년 자취하며 독립 생활도 했었지만, 그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식구들이 날 필요로 하는것 보다 내가 식구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마치 내가 손해를 보며 살고 있다는 마음가짐이었던 것이 부끄러워 집니다.


기운내자. 지나간 일들로 후회도 말고, 일어날지 안날지도 모를 막연한 걱정도 말고, 해야할 것만 생각하고 힘내서 움직이자! 화이팅!


답답한 마음 훌훌 남해바다에 털어버리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통영. 왜 동양의 나폴리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포스팅을 끝으로 나 홀로 떠났던 아름다운 경상남도 통영 여행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