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에서 발굴한 자작시 "순애(純愛)"

정사는 꽃이요. 그러기에 무정한 폭풍우에 흩날려 버리는 것이니, 그러나

순애는 달이다. 그러기에 달빛처럼 봄 가을 없이 영원한 것이다.


나는 너에게 다시 없을 나의 모든 순애를 주었다.

너와 그에게 폭풍우 불어닥쳐 둘의 날카로운 꽃잎이 나의 마음 깊은 곳 이리저리 베며 흩날려져 버리던

어느 여름 날 까지의 나의 순애.

그것은 나의 진정함이 고갈되고 몸도 마음도 낡아버린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달빛이었다.


이제는 가을 밤 깊어질 즈음이면 기척 없이 찾아와

흉져 메마르고 휑한 내 가슴 속 깊은 곳 외로이 비추는 쓸쓸한 달빛이 되었지만,

내가 너를 향했던 그 마음은 이 세상 모든 것이 끝나 버린 오늘 이 시간 까지도 봄 가을이 따로없다.

내가 지난 그 세월 너에게 느꼈던 그것은.

그것은 그저 달콤한 꽃 향기였는지.

깜깜한 밤 어두운 내 앞길 비추던 달빛이었는지.

- 2012.11.19.

가을도 아닌데 오늘 따라 왠지 싱숭생숭해서, 괜히 오랜만에 손가락 발가락 오글오글 거리는 싸이월드 지난 기록들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던 중 이별의 아픔에 허덕이던 젊은 날(?)썼던 시를 발견했습니다. 서프라이즈TV에서 방송했던 후지무라 미사오편 사랑시를 듣고 공감하면서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듯 메마른 단어들이 참 많이 있죠? 지금은 오춘기도 다 지나고,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아파했었는지...ㅋㅋ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어른들 말씀 틀린거 하나 없다는 말도 사실인 모양입니다. 다~~ 지나고 나니까 이십대 청춘을 불태워 사랑에 아팠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뿌듯한 면도 있네요.


젊을 때(?)는 그래도 가끔씩 시도 쓰고 그랬었는데 이제 시는 커녕 블로그에 몇 글자 적는 것도 참 벅차네요. 포스팅 하나 할 때 마다 몇 번이나 썼다가 지웠다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